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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몸짓, 현재의 안무를 입다: 국립현대무용단 <청, 연>에서 만나는 동시대 무용의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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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23-2 (2025.11.20.) 발행


글_ 한성주(본지 에디터)

사진제공_ 국립현대무용단




[공연개요]

공연명: 국립현대무용단 <청, 연>

일시: 2025.11.28(금) 19:30 / 11.29(토) 15:00, 19:30 / 11.30(일) 15:00

장소: 서울무용창작센터

러닝타임: 75분(인터미션 15분)

티켓: 전석 30,000원

관람연령: 초등학생 이상 관람

예매: NOL 티켓 https://buly.kr/8TriKrq


매년 이맘때면 무용계는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얼굴들을 주목한다. 그중에서도 국립현대무용단의 청년 교육단원 사업은 단순한 육성 프로그램을 넘어, 동시대 한국 현대무용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오는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무용창작센터에서 열리는 <청, 연(靑, 鳶)>은 그 정점에 있는 무대다.


‘청년의 때, 푸른 해'라는 의미를 담은 공연은 2025년을 뜨겁게 보낸 26명의 청년 교육단원들이 국내외 4인의 중견 안무가와 만나 빚어낸 4색의 옴니버스 무대다. 이들은 이미 지난 7월 열린 내부 쇼케이스를 통해 '각자의 개성과 우수한 실력을 증명했다'고 한다. 쇼케이스가 과정의 증명이었다면, 이번 본 공연은 결과로 평가받는 무대다. 이번 <청, 연>이 특별히 기대되는 지점은 바로 안무가 라인업과 작품의 주제가 그리는 뚜렷한 스펙트럼이다.


본질을 파고들다: 김판선 <액션> & 정영두 <항해>


먼저 국내 안무가들은 '관계'와 '존재'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김판선 안무가의 <액션(Action)>은 사회 속에서 보이지 않는 긴장과 방어라는 감각에 주목한다. 사회 속에서 개인이 관계를 맺고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은 어쩌면 정교한 방어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이 추상적인 감각이 청년 무용수들의 몸을 통해 어떤 치열한 리듬과 질서로 구축될지 그 밀도를 가늠해보는 것이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정영두 <항해>

 

김판선 <액션>

 

정영두 안무가의 <항해(Voyage)>는 1977년 발사된 심우주 탐사선 '보이저호'라는 명확한 모티프에서 출발한다. 끝없는 우주를 향한 탐사선의 고독한 여정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 존재의 여정과 맞닿아 있다. 자칫 감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서사를 정영두 특유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움직임으로 어떻게 풀어낼지와 20대의 청년 무용수들이 '항해'라는 단어에 담긴 시간의 무게와 그리움을 어떻게 해석해 낼지 궁금해진다.


감각을 확장하다: 류 스즈키 <핫코> & 야렉 세메렉 <잠재>


해외 안무가들은 독특한 소재와 시의적인 메시지로 우리의 감각을 확장한다. 일본 출신 류 스즈키의 <핫코(Hakkō)>는 '켄다마'라는 컵과 공을 이용한 일본 전통 장난감에서 영감을 받았다.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 깊은 집중의 상태로 이어지고 이 과정이 '발효'라는 은유를 통해 춤으로 표현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매일 같은 동작을 수련하며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는 '무용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은유일 수도 있겠다.


체코 출신 야렉 세메렉의 <잠재(Unseen)>는 서로 다른 배경을 지녔지만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한 마음으로 결속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금 현재, 2025년을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작품은 이들의 용기와 사랑, 그 보이지 않는 힘이 가진 가치를 조명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그저 희망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고, 어떤 진실한 움직임으로 무대 위에 발현될지가 기대된다.


 

야렉 세메렉 <잠재>

 

 

류 스즈키 <핫코>

 

〈청, 연〉은 국립현대무용단이 2025년 선보이는 청년 예술가 육성 프로그램의 결실로 각기 다른 안무가들이 함께하며 젊은 무용수들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이들은 긴장과 방어에서 시작해, 고독한 항해를 거쳐, 스스로를 발효시키고, 마침내 보이지 않는 힘으로 연대한다. 다양한 예술적 언어를 통해 시대의 감각을 탐색하는 이번 공연은 청년 세대의 에너지와 현대무용의 현재를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과연 이 푸른 청년들은 네 개의 다른 우주를 어떻게 항해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해낼까. 이번 공연을 통해 그 치열한 과정의 결실을 만나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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