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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 Like 두쫀쿠: 에피소드:2, 탈춤

포커스 [이 공연]

Vol.126-2 (2026.2.20.) 발행


글_김수인(무용이론가)

사진_ ⓒ김수인, ⓒ링크서울


최근 내가 접하는 다양한 장르 협업 공연들은 매번 랜덤박스를 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익숙한 순수 무용 공연이나 댄스배틀 행사라면 오히려 확실하겠는데, 퓨전 공연에서는 여기서 기대되는 혹은 요청되는 관람 태도가 무엇인지를 포착하는데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든다. 포스터를 봐도 당최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제목은 <에피소드:2, 탈춤>(EP:2, TALCHUM). 내용은 봉산탈춤의 전통과 현대무용. 출연자는 기무간, 김시원, 김재진 등 <스테이지 파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무용수들이 기재되어 있고, 힙합 아티스트 DUOVER, 래퍼 우원재가 나온다고 한다. 이 조합이 무엇이 될 것인가? 마치 익숙한 재료인 초콜릿, 마시멜로우랑 생소한 재료인 카다이프, 피스타치오가 조합된 두바이 쫀득 쿠키를 먹어보기 전에는 예상하기 힘든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걸 내가 좋아할 것인지도.




1월 21일 링크서울(Link Seoul)이 무용가 레이블 컴퍼니 꼬레오(Coreo)와 공동 제작한 <에피소드:2, 탈춤>(EP:2, TALCHUM)의 프리뷰에 초대받아 공연 장소인 레이어11에 들어갔다. 장소부터가 전형적인 극장은 아니다. 무거운 철문을 간신히 밀고 들어가니 하얗고 커다란 사각형의 로비 공간이 나온다. 카운터에 이름을 대고 안내를 받아 공연 장소에 들어가니 패션쇼 런웨이처럼 긴 직사각형의 공연을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관객석이 배치되어 있다. 지정된 번호가 붙은 좌석에 짐을 두고, 더 안쪽으로 걸어들어가 형광초록색 버드나무 조형물이 설치된 리셉션 공간으로 갔다. 간단한 다과와 함께 칵테일이 제공되었는데, 탈 모양 쿠키를 얹어준다. 여기서 질문: 이 다양한 감각적 경험들은 내가 이 공연을 관람하는 태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을까?



공연이 시작되면 먼저 갓과 도포, 한복을 차려입은 삼현육각 반주자들이 입장한다. 1장은 전통 봉산탈춤. 봉산탈춤 보존회 이수자 윤원중과 그가 이끄는 샘도내기 단원들이 출연하여 총 7과장 중 제4과장 노장춤에서 5과장 사자춤까지 진행한다. 대사, 연기, 춤, 음악, 의상과 소품이 그야말로 정통이다. 근데 왜 포스터나 초대장 문구에는 일절 이들의 소개가 없을까? 아마도 이 부분이 오늘 공연의 초점은 아닌 모양이다. 또 질문이 생긴다. 왜 하필 4과장과 5과장 중에서 몇 장면을 발췌해서 이 작품에 올렸을까? 먹중(목중), 노장과 소무, 취발이, 마부와 사자춤으로 이어지는 대목은 여색에 홀려 파계하는 노장스님에 대한 풍자가 중심 서사이지만, 그를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결말로 살벌하게 치닫지 않는다. 그를 둘러싸고 등장하는 인물도 모두 어딘가 비뚜름하다. 노장이 어디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오락가락하는 먹중들, 교태를 부리고 돈에 따라 상대를 바꾸는 소무, 술에 취하고 폭력적이고 상스런 말을 내뱉는 취발이. 이들은 한편으로 경멸스러운 캐릭터이지만, 그들의 절박하고, 호쾌하고, 때론 담담한 춤사위는 인간적인 연민이나 묘한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엄격하게 바람직하고 ‘정상인’ 틀을 벗어난 인간의 어리석고 취약한 모습까지 인정하는 것 같다. 이어 등장한 사자춤은 모두 잘못을 회개하고 용서하며 화해하는 시간을 펼쳐낸다. 사자가 두 발로 서는 동작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1장의 절정을 이루었다.




인터미션 후 2장은 전통의 재해석이다. 초대장 문구에서 “현대무용”으로 표현된 부분이다. 2장의 시작 전에 무대 바닥에 빼곡히 갖가지 신발들이 진열된다. 나중에 전달받은 작품소개 파일에 의하면 이 작품에 신발은 전통 봉산탈춤을 현대적 상징체계로 재배치할 때, “현대인의 삶, 관계, 욕망, 여론, 정체성의 균열”을 시각화하는 핵심 상징으로 쓰인다. 본래 전통 봉산탈춤의 4과장에는 신을 사고파는 신장수춤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의 공연에서는 이 부분이 생략된 데다가 다른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앞서 부각되지 않았던 ‘신발’이 왜 현대에서 중요한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잘 이해하기 힘들다. 봉산탈춤의 풍자와 해학이 파계한 승려에게 향했다면, 2장에서 재해석된 봉산의 풍자는 익명성 뒤에 숨은 대중 여론, 진정한 소통 없는 욕망, 충동과 속도가 욕망을 획득하는 모습에게로 향한다. 1장의 전통 봉산탈춤에는 대사와 이미 잘 알려진 서사가 있어 이해가 쉬운 반면, 2장의 현대적 재해석 춤은 추상적이다. 양복을 입은 노장이 비틀거리며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먹중은 엄격한 질서 관리자인 양 공간을 오가며 오만하게 그를 내려다본다. 한순간 삐끗하면 폭격기처럼 질타를 하는 익명적 대중언론을 상징한다. 빨간 스타킹과 하이힐, 그리고 몸매를 드러내는 녹색 원피스를 입은 소무는 욕망을 상징한다. 욕망은 사람들을 가장 격렬하게 흔들지만, 정작 스스로는 주체로 서지 않는다. 취발이가 급하고 과감한 동작을 하며 등장할 때 신발의 질서는 무너진다. 그의 속도와 힘은 이전의 긴장된 분위기를 전환하여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때문에 난잡하면서도 해방감을 느끼는 전통의 장면을 상기시킨다. 신발이 이리저리 무질서하게 흩어진 무대로 마부가 등장하여 짓밟힌 신들을 집어 질서를 다시 세운다. 전통 봉산탈춤에서 여덟목중과 취발이, 노장스님을 모두 꾸짖고 벌한 후 용서하고 화해하는 역할을 하는 사자가 다시 등장한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대면하고 함께 춤을 춘다. 과거와 닮은 현재의 모습도, 과거와는 달라진 현재의 모습도 관찰된다. 사자가 두 시간대를 가로지르며 춤을 춘다. 신명나는 한 판으로 긴장이 해소되고 마무리한다. 


잠시 휴식 후 피날레 무대에는 <쇼미더머니>로 유명한 래퍼 우원재가 등장한다. 그는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 중 경주와 안동을 배경으로 “강강술래”라는 곡을 불렀다. 주최측인 링크서울에 의하면 “풍자 및 사회적 메시지와 긴밀히 연결”하고 탈춤을 “현대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아이콘”이라고 소개한다(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0153). 관객석의 반응은 우원재의 등장과 함께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그러니까 오늘 전체 공연 중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었고, 하이라이트처럼 보이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가장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 나는 이 공연을 어떤 태도로 봐야 하는 거지? 왜 우원재가 부르는 노래들 사이에는 유기적인 흐름이 없지? 이 랩이 앞서 탈춤하고는 어떻게 이어지는 거야? 풍자와 사회적 메시지는 어디서 느껴야 해? 랩 가사를 더 잘 알아들어야 하나? 그러다가 나름의 깨달음이 있었다. 아니구나. 이 공연은 그렇게 관람하는 게 아니구나. 전통과 현대가 트랜디하고 힙하게 소개될 수 있고, 즐겨질 수 있다는 걸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구나.



마지막으로 등장한 링크서울 대표 김동협은 이 공연의 취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석 매진을 한다고 해도 적자다. 하지만 전통문화가 대중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타이틀은 <에피소드2>이다. 링크서울의 <에피소드1>은 지난해 8월 ‘갓’을 주제로 한 전시회였다. ‘갓’이라고 하니 작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즈가 떠오른다. <케데헌>이 본격적으로 가시화시킨 것처럼, 오늘날 한국의 전통문화는 힙한 대중예술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멋진 유행이 되었다. 관객들은 “얼씨구~ 좋다~” 대신 핸드폰을 들고 촬영하는 것으로 퍼포먼스에 화답한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옛것과 현대가 뒤섞이며 새로운 모자이크를 만든다. <에피소드:2, 탈춤>은 현대 관객들에게 먹힐 만한 퓨전 전통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런웨이식의 무대에서 매스미디어로 유명해진 출연자들을 핸드폰으로 촬영하며 관람하는 이날 공연은 전통의 탈놀이 마당과 현대의 극장, 그리고 대중 엔터테인먼트 쇼케이스를 혼합하였다. 그리고 과거는 현대의 필요와 욕망에 의해 새롭게 포장되어 출시된다.


정작 두바이에는 없다는 두쫀쿠는 설화병과 필드 마시멜로의 기법을 사용한 쫀득쿠키에 두바이초콜릿의 카다이프-피스타치오 필링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제품으로 재창조되었다. 각 요소는 다 어디서 가져온 것들이다. 조합의 신선함이 이 제품의 강점이다. 반면 그 요소들이 조합되는 논리는 그럴듯하면서도 가슴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전체 이벤트의 초점이 거기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먹어볼 만했다. 신기하고 재밌었다. 곱씹게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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