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국악신문사와의 기사 교류 협약에 따라 『국악신문』 2025년 11월 16일 자 「[pick 인터뷰] 문진수의 창작 연희춤극 ‘산왕대신기’… ‘전통의 창조적 계승’」을 재게재합니다.
포커스
Vol.124-1 (2025.12.5.) 발행
글_ 기미양(국악신문 객원기자)
사진_ 신귀만
지난 1일, 국가유산진흥원 민속극장 풍류에서 문진수 예술가의 창작 연희춤극 ‘산왕대신기(山王大神記)’가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문진수 예술가는 평생을 예인의 길에 바치며 전통 춤과 연희에 몰입해 온 타고난 춤꾼이자, 개인적 안락함을 뒤로하고 오로지 예술의 길을 끈질긴 근성으로 개척해 온 예도(藝道)의 실천가다. 국가무형유산 남사당, 발탈, 승무, 영광우도농악 등 네 종목을 이수한 연희자로서 그의 다재다능한 기예는 이번 공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이날 그는 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뛰어넘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탁월한 무대를 선보였다. 다양한 장단과 춤사위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신체 언어로 풀어내며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산왕대신기’는 인왕산과 북악산을 수호하는 호랑이와 용의 신령한 기운을 빌려 서사를 전개한다. 태평성대를 교란하는 사악한 창귀들이 창궐하면서 수호의 기운을 잃고 황폐해진 당산나무(생명의 근원)가 산왕대신의 제와 연희굿을 통해 본래의 신령함을 회복하고, 다시 태평성대를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서사는 선과 악이라는 보편적인 대립구조를 바탕으로 하되, 연희굿의 수행 과정을 통해 부정한 기운을 물리치고 수호의 에너지를 되찾는 벽사(辟邪)의 카타르시스를 관객에게 선사하며 단순한 줄거리를 넘어 강렬한 체험으로 전환시킨다. 더불어 전통 춤사위에 판소리와 서양음악을 배경으로 도입한 점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색하는 미학적 시도로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성공적인 무대를 마친 다음 날, 공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진행된 문진수 예술가와의 대담은 ‘산왕대신기’가 품고 있는 미학적 기획 의도와 예술 정신을 심층적으로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본 대담은 작품의 구성적 특징과 메시지를 학구적 관점에서 탐구하고자 했으며, ‘관객의 시선’에서 작품을 구상하게 된 기획 의도와 작품성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민속학을 전공한 연구자로서 필자는 이 대담에서 민속예술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질문을 던지며 작품의 본질적 의미에 접근하고자 했다.
Q. 문진수 선생님, 어제 공연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된 특별한 의도가 있으셨는지요?
A. 인왕산과 북악산의 신령함을 중심으로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선보이려 했습니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풍수지리적 의미를 바탕으로,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연희의 과정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 작업입니다. 특히 북악산이 조선시대 경복궁의 주산으로서 그 기운이 궁궐의 번영을 이끌어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작품 기획 의도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한 수호의 기운을 되찾는 과정을 관객 참여와 함께 구현하기 위해 의도적인 장치들을 도입했습니다. 나아가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통예술의 정통성을 전달하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동시대의 코드로 풀어 새롭게 해석하고자 했습니다.
Q. 특히 첫 무대의 등장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갑자기 불이 꺼진 무대 위를 도깨비불이 돌아다니며 공연이 시작되는데, 알고 보니 예술가님이 전동보드를 타고 동서남북을 오가고 있었습니다. 전통연희라는 신체 언어에 모더니즘을 입힌다는 것은, 전통 장르와 현대 장르의 충돌과 경계를 허무는 작가님의 의도가 드러난 장면으로 보였습니다.
A. 보신 그대로입니다. 시대적 변화 속에서 전통연희의 역할과 의미를 소통의 매개체로 삼아, 그것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며 계승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Q. 이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작가정신은 무엇입니까?
A. ‘산왕대신기’는 단순한 연희를 넘어, 인간의 삶과 희망을 대변하는 진정한 제와 굿의 의미를 실연하고, 그것을 자연과 삶 속에 녹여내고자 한 작품입니다. 전통예술과 현대적 해석을 결합해 관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서울을 감싸고 있는 두 산은 조선왕조의 수호신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그 기운이 궁궐과 서울(한양)의 발전에 기여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연희무극의 스토리를 구성했고, 그 안에 담긴 신령함과 수호의 기운을 통해 현대 사회 문제를 정화하고 해결해 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Q. 그렇다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A. 이 연희를 통해 우리는 부정한 것을 정화하고,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산왕대신기’는 세상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청신’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진쇠춤과 덧뵈기춤, 버나대신, 소리대신 등의 연희는 부정한 것을 벽사하고 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Q. 전체 작품의 시놉시스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요?
A. 인왕산과 북악산이 만나는 신성한 공간에 봉황이 날아들고, 그 길한 기운을 받아 당산나무를 심고 여의주를 묻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여기에서 여의주는 단순한 보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이자 땅의 생명력이며, 하늘과 백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메타포로, 이 연희무극의 서사적 중심축을 이룹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귀신과 사악한 창귀들이 창궐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세상을 수호하는 신들은 힘을 잃고, 여의주는 그 찬란한 빛을 상실하게 됩니다. 당산나무 역시 시들어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되지요.
이러한 위기 속에서 산왕대신은 세상의 정화를 위한 간절한 기원(冀願)과 신을 부르는 청신(請神)의 제(祭)를 올립니다. 인간성의 회복과 조화로운 세상, 아름다운 삶에 대한 염원을 담아 넋전춤과 열두발 상모춤 연희를 통해 하늘에 그 마음을 전하고 정성으로 기원합니다. 나아가 버나대신과 12장군을 불러내어 사악한 창귀와 세상의 모든 부정한 것들을 걷어내는 벽사 의식을 치릅니다. 이 연희극을 통해 여의주의 정기와 수호신의 기운을 되찾고자 한 것입니다. 마침내 수호신이 부활하면서 세상은 다시 태평성대의 번영을 회복하는 것으로 작품은 마무리됩니다.
문진수는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세상, 곧 인간성의 회복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한편, 북악산은 조선시대 경복궁의 주산으로, 그 기운이 궁궐과 서울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강조하며, 인왕산은 조선 개국 초기에는 서산으로 불리다가 세종대왕의 명에 따라 인왕으로 개칭되었다. 인왕산은 불법을 수호하는 금강신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호랑이와 관련된 ‘인왕산 호랑이’ 전설로 유명했다.
Q. ‘산왕대신기’는 다양한 연희 요소를 한 무대에 담아냈습니다. 전체 작품을 순서대로 감상한다면 어떤 흐름을 따라 전개되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이번 작품에서는 재담과 사설, 진쇠춤, 덧뵈기춤, 용춤, 넋전춤, 소리굿 등 전통춤을 새롭게 재해석한 춤의 언어를 선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벽사를 위한 연희, 버나놀이, 12발 상모춤, 새롭게 선보인 포이(쥐불놀이를 모티브로 한 작품), 12장군의 부채무 연희가 등장합니다. 작품의 진행은 크게 청신(請神)–벽사(辟邪)–무가(巫歌; 용과 여의주대신, 넋전대신)–소리대신–12대신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먼저 청신의 의미를 담아 진쇠춤을 선보였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세상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신을 청합니다. 이어 벽사 단계에서는 덧뵈기춤, 소리굿, 버나대신 연희, 벽사의 부채무 등을 통해 사악한 창귀와 부정한 것을 털어내고 제거하여 정화하는 굿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특히 배일동 명창의 소리대신과 12장군 부채검무 등이 이 벽사의 과정에 포함되었습니다. 무가에서는 용과 여의주, 넋전을 대신하는 연희가 펼쳐졌고, 이어 소리대신이 진행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12대신(大神)의 단계에서는 12발 상모 연희를 통해 작품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각 장면은 연희굿의 새로운 형식과 다양한 장르의 춤이 어우러져 낯설면서도 신선한 콜라보레이션을 이루었으며, 이를 통해 세상의 평화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신명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자 했습니다.
Q. 공연 중 버나놀이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날이 서 있는 식칼을 입에 물고 여러 차례 세우는 모습에 모두들 가슴을 졸였고, 막대 네 개가 하늘 높이 세워질 때는 마치 자석이 붙은 듯 신기했습니다. 얼마나 연습해야 그런 신기를 보여줄 수 있었는지요?
A. 모든 연희가 다 그렇듯, 쉬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한 개의 레퍼토리를 진행할 경우에는 좀 더 수월할 수 있지만, 이번 공연처럼 장시간 여러 개의 레퍼토리를 이어갈 때는 온몸에 흐르는 땀과 무대 컨디션 등 모든 것이 어려운 환경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집중력과 평소 반복된 훈련만이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습은 다들 알다시피 ‘얼마나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될 때까지 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Q. 관객들은 2시간 동안 무대를 숨 가쁘게 채운 문진수 선생의 얼굴 표정과 호흡을 통해, 이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있었음을 직감했습니다. 그 무대를 향한 한 예술가의 노고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고 할까요. 이번 작품을 위해 얼마나 준비하셨나요?
A. 6개월 동안 이번 작품에 집중하면서 몸무게가 12킬로나 빠졌습니다. 평소 재창조하거나 재창작했던 작품들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들을 다시 다듬고 재구성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모든 레퍼토리가 각각 독립적인 작품으로서 완성도를 갖춰야 했고, 동시에 전체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했기에 많은 상상력과 안무 작업이 병행되어야 했습니다. 마치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안무하는 과정 같았다고 할까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데다가 매달 초청 공연과 강의도 이어가야 했으니, 한마디로 벅찬 작업이었습니다.
이날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무리한 문진수 예술가는 로비에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공연의 강렬한 여운을 온몸으로 드러냈다. 땀으로 흥건히 젖은 의상과 열기로 뜨거워진 손은, 무대 위에서 혼신을 다한 신체적 몰입과 예술적 열정의 직접적인 증거였다. 문진수 예술가는 긴장과 이완의 섬세한 조절을 통해 관객들을 공연의 서사 속으로 깊숙이 이끌었고, 인간 보편의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하늘과 땅을 잇는 듯한 환상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후일 전해진 바에 따르면, 작품마다 의상을 일곱 번이나 갈아입어야 했던 의상팀은 땀에 완전히 밀착된 의상을 벗겨내는 데 상당한 노고를 겪었다고 한다. 이 비화는 문진수 예술가가 무대 위에서 선보인 탁월한 예술성과, 이를 위해 기꺼이 감수한 육체적 한계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며, 춤의 경지를 향한 그의 숭고한 투혼을 방증하는 사례라 하겠다.
Q. 우리 ‘굿 문화’는 오늘날의 용어로 말하면 ‘축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어떤 전통사상이 녹아 있나요?
A. 조화와 공생을 위한 굿, 천지인 삼신사상,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정신을 전통 연희예술을 바탕으로 ‘무굿(舞㖌)’으로 형상화하고자 노력했습니다.
Q.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해, 당산나무(神木)의 웅장한 가지와 뿌리를 대형 스크린으로 구현한 장면도 인상 깊었습니다. 세계적인 영화 〈아바타〉에서도 ‘생명수’와 같은 나무를 주제로 큰 주목을 받았듯이, 전통연희가 주로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 아래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어디에서 모티브를 얻었는지요?
A. ‘당산나무’는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적 신앙의 대상(神木)으로, 오랜 세월 지역민들의 삶과 신앙, 문화가 깃든 나무였습니다. 또한 하늘과 땅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공동체의 구심점이기도 했지요. 작품의 시놉시스에서 설명했듯이, 당산나무는 공동체의 중심 신앙체를 상징하는 삼신사상의 매개로 설정되었습니다.
특히 ‘문진수류 진쇠춤’은 그의 큰 스승인 이동안 명인의 진쇠춤을 시나위 장단에 맞추어 재창작한 춤이다. 춤의 진행에 따라 빠른 움직임과 허튼짓의 조화가 뛰어나고, 쇠 연주와 채발림을 활용한 춤사위가 화려하며 발놀림이 섬세한 특징을 지닌다. 일반적인 진쇠춤들이 무속 장단에 묶여 다소 단절된 흐름을 보이는 데 비해, 문진수의 진쇠춤은 시나위와 민속 장단을 기반으로 쇠가 가진 신명을 극대화했고, 일반 관객에게도 접근성을 높인 춤사위로 구성된 작품이다. ‘산왕대신기’ 속에서 진쇠춤은 어둠의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세상을 정화하고 신을 불러 청하는 ‘청신’의 의미를 품고 있다.
Q. 이번 무대에서 선보인 진쇠춤은 어떤 장단과 춤사위를 보여주셨는지요?
A. 흔히 진쇠춤은 경기무악 장단에 근거하지만, 문진수류 진쇠춤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민속악 장단을 사용하면서 대중적이고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서서히 고조되는 흐름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춤의 진행에 따라 빠른 움직임과 허튼짓의 조화가 뛰어나고, 쇠 연주와 채발림(너슬)을 활용한 춤사위를 섬세하고 화려하게 구성했습니다.
굿거리춤의 경우, 한국춤이 지니는 정중동의 미적 극치를 작품에 녹여 섬세함과 우아함으로 난이도와 구성도를 높여 안무했습니다. 덩덕궁이는 빠른 몸짓(발짓)과 채발림의 다양한 변화가 돋보이고, 자진가락은 가락의 분화에 따라 섬세하고 독특한 몸짓과 발림 등으로 춤의 구도와 변화, 움직임을 화려하게 보여줍니다. 춤의 구성은 도입(자진가락)–굿거리–자진모리–자진가락의 구조로 이루어졌습니다.
Q. 가면극으로 선보인 덧뵈기춤 작품도 무척 신선했습니다.
A. 남사당의 재인이 추는 덧뵈기춤이라 함은, 단순한 전통의 수용을 넘어 독창적이고 기교가 뛰어나며 모든 가면극을 압도하는 춤사위를 보였을 것이라는 창작 의도가 담긴 연희춤입니다. 덧뵈기 전 과장의 가면극 동작과 대한민국 전역에 분포한 전통 탈춤의 동작을 종합하여 정수만을 뽑은 동작들을 빠른 굿거리와 덩덕궁이 장단에 실어 힘찬 한삼 사위와 발놀음, 섬세한 춤사위들로 구성했습니다. ‘산왕대신기’의 연희굿에서 덧뵈기춤은 사악한 것을 몰아내고 나쁜 액운을 깨끗이 정화하는 강력한 벽사의 정신을 가면극 양식으로 형상화한 장면입니다.
Q. 버나놀이(춤)에서 보여준 기예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안무 의도에 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버나놀이는 흔히 대접돌리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통연희에서는 재담과 함께 버나를 돌리고 던지고 받는 등의 일반적인 연희 모습이 주를 이루지만, 본 작품에서는 버나대신의 공수를 받아 사악한 세력들을 척결하는 의지와 결단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안무했습니다. 그 결의만큼이나 숙련된 버나의 움직임과 춤적 기교, 칼·바늘 등 고도의 테크닉을 활용한 연출이 특징입니다.
Q. 12장군 장면에서 부채를 멋들어지게 활용한 춤사위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A. 인왕산을 상징하는 호랑이가 12장군으로 화현하여 벽사의 주술적 의미를 상징하는 홍갑(紅甲)을 입고, 홍칼을 차고, 홍활의 화살을 비껴 메고, 부채를 칼과 활 같은 무기 또는 때로는 날개처럼 변신시키며 사악한 무리와 요괴들을 처단하는 스토리를 담은 무용극 형식의 춤입니다. K-팝 코레오 기법을 활용한 안무로, 부채의 다양한 활용과 화려한 동선, 역동적인 춤새를 통해 한국의 전통춤을 현재에 녹여낸 실험적인 작업입니다.

Q.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용춤의 춤사위는 어떻게 구성하셨는지요?
A. 북악산을 상징하는 용을 모티브로 표현한 춤입니다. 이 춤에는 공동체의 정신과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과 포용의 정신을 담았습니다. 용의 이목구비에는 각각 LED를 활용하여, 용이 갖는 카리스마와 절제미, 그리고 세상을 다스리는 올바른 권력의 공명정대함을 상징했습니다. 용을 상징하는 머리는 진중한 절제미를 표현하는 유려한 움직임을 보이고, 하체는 빠른 발놀림과 몸짓으로 난이도 높은 움직임을 구현하며 상·하체의 유기적인 조화와 역동적인 춤선을 유감없이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전통예술의 미학과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관객들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Q. ‘여의주 포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A. ‘여의주 포이’는 한국의 민속놀이 쥐불놀이와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포이(Poi)를 모티브로 안무했습니다. 서양의 음악과 동양의 호흡과 선 등을 결합해 유기적인 질서와 조화를 표현했으며, 어둠 속에서도 한국춤의 호흡이 불빛으로 형상화되어 내면의 아름다움을 외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의주는 백성(국민)을 상징하며, 촛불 민심을 상징하는 불빛이 조용히 피어올라 마침내 온 세상을 밝게 비추고 기쁘게 하여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스토리를 포이 연희로 구현했습니다.

Q. 넋전대신(용 날리기)에서 달래고자 하는 대상은 누구인가요?
A. 넋전대신은 단순히 죽은 이의 혼을 달래고 맺힌 한을 풀어주기 위한 상징적 의식에 그치지 않습니다. 동시대의 코드를 이어주고 소통하는 매개체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생명을 불어넣기도 하고, 공동체의 염원과 바람을 들어주며, 상처를 치유하고 시공간을 벗어난 일상과 일탈 사이의 여행을 꿈꿀 수 있도록 몽환적인 행복을 전하고자 안무했습니다.
Q. 이날의 대미를 장식한 ‘문진수류 열두발 상모춤’은 다양한 연희와 뛰어난 춤적 기교, 느림의 미학과 절제된 미의 정수를 갖춘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통연희 무용가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하시겠는지요?
A. 열두발 상모춤의 특징은 ‘느림의 미학’을 바탕으로 장단을 타고 넘나드는 선의 미에 있습니다. 12발의 긴 상모가 돌아가는 동안 장단의 박자를 넘나들며 규칙과 불규칙을 반복 수행하고, 신체 움직임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열두발 상모춤은 1년 12달 액운을 몰아내고 공동체의 염원과 안녕을 기원하는 춤으로, 반복·순환하는 지속적인 연희 구조 속에서 대립 구조를 해소하고 질서와 조화 속에 재주를 선보이며 신명을 더합니다. ‘산왕대신기’에서는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연희춤굿의 대미를 장식하는 장면으로 배치했습니다. 작품의 구성은 입장춤–줄춤–상모춤–좌무(앉은 춤)–입무(선 춤) 등으로, 삼신사상과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안무했습니다.

춤의 세부적인 움직임으로는 입장춤의 허튼춤, 굿거리춤 등과 줄의 줄넘이, 어깨받침, 어깨 줄춤, 잔발걸음, 옆전돌리기, 엽전풀이, 평사위, 몸통춤사위, 십자진, 발받치, 연풍대, 두루거리 등의 동작이 있고, 상모의 고풀이, 꼬아치기, 펼침사위, 잔발뛰기, 줄자반, 용(뱀)꼬리밟기, 용(뱀)꼬리 넘나들기, 또아리틀기, 용트림(솟대치기), 자진 춤사위, 겹발사위, 고사리꺾기(무릎꺾기), 승천사위, 팽이치기 등의 동작이 이어집니다. 좌무(앉은 춤)에서는 앞곤두, 줄넘이, 화장사위, 꽃받침, 살판사위, 솟대세우기 등이, 입무에서는 앞곤두, 뒷곤두, 몸통들기, 불꽃사위 등을 구성 요소로 삼았습니다.
문진수의 ‘산왕대신기’가 관객들에게 전한 감동과 그 속에 담긴 예술적 의도를 심층적으로 탐구한 시간이 대담이었다. 특히 공연의 주요 장면과 연출, 그리고 이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Q. 이날 공연장을 찾은 예술 분야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는데, 절반 이상이 무대 후반부의 용춤과 여의주 퍼포먼스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당산나무를 배경으로 무대와 객석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용춤은 서양음악 선율 속에서 관객을 단숨에 판타지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피아노 연주곡 ‘무가’를 배경음악으로 도입한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이 용춤은 이전에도 선보이신 것으로 아는데, 그때와 지금의 관객 호응도는 어떻게 달라졌는지요?
A. 이 용춤은 언제나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꾸준히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이 작품이 현재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 속 모든 레퍼토리에 한국적 색채를 입히고, 그 안에서 현재와 소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용춤뿐 아니라 여의주 퍼포먼스인 ‘포이’(쥐불놀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 12장군의 부채무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한국적 몸짓이 뼈대를 이루며 서로 소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객석의 평가와 전문가의 시선>
세계적 마임이스트 유진규는 “전동 스케이트를 타고 등장해 시대와 광대를 이야기하며 내디딘 첫걸음에 박수를 보낸다. 스스로를 K-ART 연희춤꾼이라고 내세우며 진행한 이번 공연에서 그의 케이팝 코레오 안무 기법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칼 안무에 가려 우리 춤의 멋과 맛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면서도 “12광대 부채무에서 화려하고 다양한 오브제의 사용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는 구체적인 감상을 전했다.
한 작가는 “전동보드를 타고 등장한 그의 몸의 움직임은 단순한 재주가 아니라, 오랜 수련의 결과로 얻어진 몸짓이자 강인한 정신력과 고도의 집중력 그 자체였다”고 언급하며 문진수 예술가의 몰입도를 높이 평가했다.
<댄스포스트코리아> 최해리 발행인은 “개인적으로 가장 영감을 받은 대목은 용춤이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해주었고, 세상에 찔려 상처 난 곳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관객들의 호응도 높았던 것 같다. 이 작품은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내주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안무가는 “문진수 예술가의 창작 연희춤극 ‘산왕대신기’는 전통연희의 본질을 깊이 천착하면서도,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실험적인 무대였다. 예술가 문진수의 끊임없는 성찰과 투혼이 집약된 결과물로, 한국무용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한 전통무용가는 “문진수류 진쇠춤은 시나위 장단과 민속 장단을 기반으로 쇠가 가진 신명을 극대화해 대중에게 전통춤의 접근성을 높였고, 덧뵈기춤은 가면극을 통해 강력한 벽사의 정신을 표출했다. 특히 이날의 대미를 장식한 열두발 상모춤은 ‘느림의 미학’과 ‘절제된 미’를 통해 연희적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했다”고 평했다.
이혜솔 국악인은 “내가 용띠라서인지 용춤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평온함을 느끼게 했다. 혼란한 세상에 평화가 찾아오는 기분이 들었다”고 개인적 감회를 덧붙였다. 김화숙 국악인 또한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전통연희의 새로운 미래가 보였다. 다음 공연이 기대된다”고 호평했다.
공연에 대한 각계의 반응은 작품이 지향하는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과 예술가의 투혼에 대한 깊은 공감을 보여주었다. 문진수의 호흡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연희의 과정 속에서 관객은 풍물, 덧뵈기, 버나놀이, 춤, 재담, 소리 등 전통예술의 여러 요소를 경험하며 춤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게 되었다. 전통춤은 벽사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기도를 품고 있었다. 작품의 진행 순서는 서문, 청신, 벽사, 발원, 정화, 무가, 태평, 진경으로 구성된다. 각 단계는 연희의 의미와 목적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주력했으며, 특히 대미를 장식한 휘날레인 열두발 상모춤은 세상의 평화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연희적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했다. 관객은 이를 통해 전통예술의 깊이를 체감했고, 많은 영감을 얻어갔다.
문진수는 “이 연희무극 작품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희무극은 전통예술의 재발견과 현대적 해석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전통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살아 있는 예술입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산왕대신기’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개척하고 확장한 선구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관객에게 전통예술의 매력을 새롭게 느끼게 하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함께 나누게 한 문진수의 연희무극 ‘산왕대신기’는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결론적으로 문진수의 ‘산왕대신기’는 전통연희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살아 있는 예술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의 용기 있는 예술적 실험과 치열한 자기 성찰은 전통예술의 현대적 계승에 대한 깊은 논의를 촉발했으며, 한국 전통 공연예술의 지평을 확장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작품은 전통의 깊은 뿌리 위에서 ‘창조적 계승’을 꽃피워 관객과의 활발한 소통을 이끌어냈고,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제시하며 시대정신과 공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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