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Vol.124-1 (2025.12.5.) 발행
글_ 댄스포스트코리아 편집진
2025년 국정감사에서 무용계가 이만큼 비중 있게 다뤄진 일은 거의 없었다. 그동안 무용계 내부에서 어떤 문제가 벌어져도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않았고, 당사자들 역시 ‘무용생태계의 내부 문제’라며 스스로를 좁은 세계에 가두어 왔다. 그러나 올해 국감은 이 오래된 경계를 단번에 돌파했다. 국회는 무용계를 하나의 공적 영역으로 바라보았고,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질문했다. 국감의 시선은 단호했고, 그 질문의 대상은 개별 기관이나 인물이 아니라 무용계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에 향해 있었다.
부산에서 브니엘예고 무용 전공생 세 명의 동반 자살 사건은 그 시작점이었다. 교육청 감사에서 학교와 특정 학원 간 유착, 강사 채용의 폐쇄성, 학생과 교사에 대한 압박 정황 등이 드러나자, 국회는 이 사건을 단순한 비극으로 보지 않았다. 학생들이 감당해야 했던 압박이 개인적 불안 때문이 아니라 입시 구조 전체가 특정 세력과 관행에 의해 사실상 관리되는 환경 속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감은 이 사안을 ‘교육의 실패’로만 이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용 입시라는 작은 세계가 오랫동안 사적 권력의 영향력 아래 놓여 왔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으로 이해했다. 무용계 내부에서는 익숙해 지나쳤던 문제들이 국감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비로소 사회적 언어를 갖게 된 것이다.
창무국제예술제 리허설 중 발생한 무용수 추락사고가 국감의 도마 위에 오른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사고의 기술적 원인보다 중요한 것은 예술 노동이 제도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심각한 부상을 당한 무용수가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치료비와 책임을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현실은 공연예술 현장에서 위험이 어떻게 관행이라는 말로 정당화되어 왔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국감의 질의는 한 단체의 과실을 묻는 방식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의 무용계에서 예술가의 신체가 어떻게 제도 바깥에 남겨져 왔는지, 그 구조가 어떻게 위험을 예술가 개인에게만 떠넘기는 방식으로 굳어졌는지를 묻는 시선이었다. 무용이 ‘몸의 예술’이라 불리지만, 정작 그 몸을 지키는 장치는 오랫동안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적 자리에서 드러난 순간이었다.
충남대 무용학과 강사의 사망 사건 역시 교육 권력의 문제로 국감에서 다뤄졌다. 유족이 제기한 과중한 업무 요구와 위계적 압박, 연구와 행정의 경계가 모호한 업무 구조는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국회의 주목을 받았다.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 하나하나가 아니라 대학 교육 구조에서 젊은 연구자와 강사들이 어떤 조건에 놓여 있는가였다. 국회는 이 사건을 통해 대학 무용과라는 공간이 단순히 교육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견제 장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권력이 쉽게 집중되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무용계에 익숙한 ‘전통’이 아니라, 사회적 검토가 필요한 문제였다.
이와 함께 예술교육기관의 원장 임명 과정이 국감에서 질문받은 사건도 있었다. 교수 투표 결과와 다른 임명 절차, 그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 그리고 예술지원·심사·연구 분야에서의 영향력 문제는 특정 개인의 적합성 논쟁을 넘어 공적 영역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이 어떻게 확보되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졌다. 국회의 질의는 개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예술계의 인사와 지원 구조가 오랫동안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투명성을 상실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비판적 논의가 위축될 수 있는 환경, 공정성을 둘러싼 의심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구조는 더 이상 무용계 내부의 문제로만 치부될 수 없다고 국회는 판단했다.
국감에서 사건들이 이처럼 집중적으로 다뤄진 이유는 단순히 사건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각기 다른 사건들이 서로 다른 맥락에서 발생했지만, 그 배경에는 무용계의 오래된 구조적 특성이 놓여 있었다. 폐쇄성, 권력의 집중, 감시 부재, 안전의 사각지대, 공정성 미비,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 이와 같은 요소들은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국회가 주목한 것은 바로 그 시스템이었다. 무용계는 스스로를 작은 공동체라 여겼지만, 그 작은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결정들은 학생의 삶과 무용가의 신체, 그리고 공적인 자원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제 무용계는 더 이상 ‘작아서 사회가 모른다’는 명목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 국감은 무용계를 공적 책임의 영역으로 확실히 위치시켰다.
그러나 문제 제기는 출발선일 뿐이다. 국감에서 무엇이 드러났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 무용계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이다.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일탈로 축소해서는 안 되며, 사건을 소비하고 잊어버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교육과 지원, 현장 안전, 인사와 심사, 그리고 공론장의 역할까지 모든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무용계의 미래는 개별 예술가의 재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시스템이 공정해야 하고, 권력이 분산되어야 하며, 말하기 가능한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무용가의 몸과 삶이 존중받을 때 비로소 무용은 지속될 수 있다.
<댄스포스트코리아>는 이번 국감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일시적 관심으로 끝나지 않도록 기록하고 분석할 것이다. 무용계 내부에서 말하기 어려운 목소리가 있다면 그 목소리가 외면되지 않도록 공론장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무용이 ‘개인의 몸’에서 시작되지만, 그 몸이 서기 위해서는 생태계 전체가 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25년 국감은 무용계가 마침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사회가 먼저 던진 순간이었다. 그 질문이 다시 우리 앞에 돌아왔다. 이제 우리는 답해야 한다. 과거의 침묵과 관행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책임과 투명성의 새로운 생태계로 나아갈 것인가. 변화는 외부에서 오지 않는다. 변화는 우리 안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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